‘연간 32조 원’ 사교육이 죽어야, 대한민국 경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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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 이 칼럼은 과도한 사교육을 만들게 한 정부를 비판하는 칼럼이지, 사교육 업체 자체를 비판하는 칼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성공하는 유일한 길은 좋은 대학 가는 것

제도권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늘 그렇게 느껴왔을 것이다. 오로지 대학. 초등학교 때 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내내 꿈은 못 정했어도 ‘어쨌든 좋은 대학’을 가겠다는 목표. 모두들 그거 하나만은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애들이 무언가 헛짓거리라도 하려고 치면 이렇게 말했다.


“그런 건 대학 가면 다 할 수 있다.”


그렇게 학생들은 시험에, 수능에, 입시에 집착했고, 사교육 시장은 그 집착만큼 거대하게 부풀었다. 사실 우리 때만 해도 각종 동네 학원이나 메가스터디, EBS가 다였다. 하지만 요즘엔 토익점수를 올려준다는 영단기부터 공무원 시험합격은 에듀윌이라는, 취업 활동까지 사교육에 의지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만큼 기업형 학원도 몸집이 커졌다) 뭐, 어찌됐든, 아직 교복을 입는 자식들을 둔 부모들은 우리 자식이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동네 종합학원을 보내며, 한 달에 25~40만 원씩 되는 고정지출을 몇십 년 동안 쏟아부었고, 거기서부터 우리나라 경제는 무너졌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가는 사람은 극소수.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총 12년 동안 부모들은 자식에게 사교육비를 쏟아붓는다. 자신이 못 배웠어도 자식만큼은, 자신이 조금 덜 먹더라도 자식만큼은 잘 살길 바라는 마음. 그런 마음들이 ‘너도나도’ 사교육 열풍을 일으켰다. 우리 때도 주위에 학원 안 가는 친구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거기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들어가는 친구들은 정말 극소수라는 것. (대한민국 일자리는 대기업 임금의 60%를 받는 중소기업이 90%를 차지한다) 대다수의 사교육을 받은 20대들은 결국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거나, 취준생이라는 이름의 백수로 전락하게 된다. 몇십 년 동안 돈을 쏟아부은 만큼 결과를 내줘야 하는데 그들은 여전히 BEP(손익분기점)를 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의 수많은 사교육 기업들>



과도한 사교육 열풍의 연쇄작용

과도한 사교육 열풍은 중산층을 철저하게 무너트렸다. 가계에서 한 달 고정 지출이 30만 원 내외씩 생긴다는 건 서민이나, 중산층이나 크나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능이 끝나면 대학 등록금이 기다리고 있고, 졸업시즌이 되면 좁은 취업문이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좋은 대학을 간 학생이라면 어떻게든 취업을 해서 돈이라도 벌면 걱정이 없다. 그러나 보통의 대학을 나온 80% 이상의 학생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취업을 위해 또 다른 사교육에 돈을 써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득, 그들이 뒤를 돌아봤을 때 부모는 가난해져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중산층 성인인구는 34%로 일본 53% 대만 36%보다 낮은 수치다.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부모세대의 노후를 흔들어 가계의 제너럴 컨디션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하위층 성인 인구는 무려 21%다. (일본은 9%) [자료=크레딧 스위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한 해 사교육으로 지출되는 돈은 무려 17조 원[자료=통계청 2015] 그러나 이것 역시 국세청에 등록된 법인·학원업의 매출 집계이고, 집계되지 않는 개인 과외나 기타 사교육비까지 합하면 32조 원에 이를 것으로 KDI 한국개발연구원은 추산한다.)


이렇게 과도한 사교육 지출은 가계에 부담이 되었고, 그 과도한 사교육으로 자란 학생들은 여전히 BEP를 뛰어넘는 돈을 못 벌고 있다. (즉, 마이너스 투자인 셈이다) 그것은 곧, 20대들의 취업이 늦어질수록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고,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면 시장에 돈이 돌지 않아 경기는 침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쇄작용이 우리나라는 몇 십 년간이어졌다.




<KBS 다큐멘터리 캡쳐. 대치동 학원가 모습>



이젠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때

한국의 기형적인 사교육 문제를 인식한 정부가 뒤늦게 학원 심야교습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꼼수만 늘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좋은 대학 가겠다는 마음이 그런 코딱지만한 법안에 흔들릴 리 없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런 사교육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다. 대한민국 일자리의 90%는 중소기업이다. 똑같은 돈을 쏟아붓고도 결국 90%는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을 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답은 결국 공교육뿐이다. 사교육을 억지로라도 규제하면서, 동시에 사교육이 엄두도 못 낼 정도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강한 공교육’을 만들어내야 한다. 어차피 공부 상위 10%의 머리는 정해져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고, 나머지 90%가 사교육에 돈을 덜 쓰게 만들면서 가계경제에 안정을 기하고, 그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빨리 만들어주는 직업교육 정책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제는 컴퓨터가 (인공지능이) 더 많은 일을 인간대신 하게 될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 인간 고용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일례로 현대차가 우리나라에 공장을 짓지 않은지 20년이 넘었다. 우리나라는 산업용 로봇 수입 순위 5위 국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30년 넘게 똑같이 해온 교육으론 절대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 1등 부터 100등까지 줄세우는 교육정책은 변하는 시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이제는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 1명 부터 100명까지 사람 하나하나가 최대치의 능력을 뽑아낼 수 있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제너럴 컨디션이 약해진 우리나라 경제 상태에서 제 4차 산업혁명이 불어올 경우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 것이다. 미래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대학 구조조정과 수능 폐지

사실 ‘강한 공교육’에서 가장 필수적인 정책이다. 정부는 여태껏 대학 정원을 마구 늘려주는 것으로 부모 세대의 ‘못배운 한’을 해소하려 했다. 대학설립도 마구잡이로 허가해줬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대학을 만들어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을 ‘실패자’로 낙인 찍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름도 모르는(흔히 지잡대라고 불리는) 대학에 들어가 이름도 모르는 재단에 비싼 등록금을 바치고 나중엔 취업에서도 밀려 결국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게 되는 실정이다. 이는 결국 대한민국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낭비를 하고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허가기준도 엄격하게 만들어 대학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꼭 필요한 사람만 가는 것으로 교육과정도 재편해야 한다. 대학을 갈 필요없는 학생들을 위한 직업 교육제도도 시행해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수능도 문제다. 일단 학생들이 수능을 보고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간다는 기류는 많은 지잡대생을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적어도 수능을 폐지하고 대학별로 시험을 치르는 제도로 바꾸면, 일단 수능만 봐놓고 대학은 나중에 정하자는 막연한 마인드는 사라질 것이다. 자신이 가게 될 대학을 미리 정해놓고 시험을 직접 치르러 가야한다는 점에서 그 대학에 갈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될 것이다.


만약 한국에만 있는 이런 기형적인 사교육을 내버려 둔다면 BEP 전환율이 현저하게 낮은 32조 원이 매년 허망하게 쓰여진다. 이는 다른 나라에 없는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고, 결국 국가경쟁력에서 굉장히 뒤처지는 결과를 낳는다. 만약, 강한 공교육이 성공적으로 시행된다면 사교육으로 가던 그 어마어마한 돈들은 다시 사회 곳곳으로 흩어지게 될 것이다. 적어도 학원 강사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소비재 시장이나, 저축, 빚 탕감 등에 말이다. 그렇게 소비가 늘어 분수효과로 인해 경기는 되살아나면, 이익이 커진 기업들은 다시 인력을 고용하게 될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에 좋은 연쇄작용이 된다.


물론 돈뿐만이 아니다. 초, 중, 고등학교가 ‘배움’이 아닌 단순히 대학을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쯤으로 치부되기 시작한 지금,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하기 위해 수업을 중에 숙제를 하는 학생, 밤새 학원에서 공부로 학교에서 자는 학생, 어차피 공부는 학원에서 하면 된다는 마음. 이렇게 낭비되는 시간과 인적자원까지 함께 되살릴 수 있다.



그리고 꾸준한 시행

총인구 10명인 나라에서 갑자기 총기자율화 법안이 시행됐다고 생각해보자. A는 평소 총기자율화를 반대했지만, 그도 어쩔 수 없이 총을 사게 된다. 왜냐면 나머지 9명이 모두 총을 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사교육이 그렇다. 이미 허가된 사교육을 모두가 함께 내려놓기란 정말 힘들 것이다. ‘강한 공교육’ 시행되더라도 부모들은 ‘에이, 이번에도 되겠어? 사교육 안 하면 우리 애들만 손해 보는 거 아니야?’ 이런 의심으로 다시 사교육 시장에 눈을 돌릴 수 있다. 사실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 정책은 늘 그래왔으니까. 늘 바뀌었고, 늘 혼란이었고, 유리한 정보를 찾아다니기 위해 대형 학원들이 내놓은 입시전략 강연회에 찾아다닐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정권이 몇 년간 바뀌더라도 흔들림 없는 제도적 장치와 강력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자,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학군 때문에 집값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나라가 과연 정상일까? 밤늦게까지 학교 또는 학원에 갇혀 공부공부공부만 시키고 결국 중소기업에 가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나라가 정상일까? 이런 현실이 얼마나 지속되어야 할까?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빨리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근본적인 길이고, 거기엔 강력한 공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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