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마케팅이다 ‘민주당 vs 국민의당’

* 일러두기 : 원래 정당 이념만으로 따지면 ‘민주당vs자유한국당’ 구도가 맞겠으나, 자유한국당은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이 탈당해버린 데다가, 최근엔 눈에 띄는 마케팅이랄 것도 없어서 아예 비교 목록에서 제외시켰음을 알려드린다.


정치에 마케팅을 불어넣다: 손혜원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만년 2위를 할 것 같았던 민주당이 2016년 총선으로 원내 1당을 회복하는 데에는 손혜원 의원의 힘이 정말 컸다. 각종 유명 브랜드를 만들어내던 그녀가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홍보위원장을 맡고부터 민주당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손혜원의 전략 1: 본질을 살리되, 포장은 새롭게

같은 기능의 제품이 두 개가 있다면, 소비자의 선택은 디자인에서 갈린다. 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인이 보기에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아 보이는 두 정당이 있는 상황에서, 누가 더 세련돼 보이는가, 누가 더 신뢰성 있게 보이는 가에 따라 유권자의 표가 최종적으로 갈리는 거다.


손혜원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색채 불명의 이름을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고, 파란색 컬러들의 조합으로 신선하고, 신뢰성 있는 정당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거기에 표창원, 박주민, 손혜원, 이철희 등 새로운 외부 인재 영입에 민주당이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외관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신선한 이미지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의 정통성과 참신성을 함께 살린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이름은 범용성이 좋다.

저런 식의(당신과 함께한다는 식의) 플래카드를 보다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자기 당에 대한 묘한 자부심까지 생긴다.



손혜원 전략 2: 소속감과 친밀감

국회의원들은 국민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주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팟캐스트 운영 등 각 정당별로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었는데, 그중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이 굿즈를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사실 미국이나 독일 같은 경우엔 아주 오래전부터 정당 굿즈들을 판매해왔었는데, 아마 국내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최초의 시도였을 것이다. 굿즈 판매는 홍보 효과 측면에서 여러 가지 이득들이 있다.


  • 첫째, 국내 정당이 굿즈를 판매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된다는 점.
  • 둘째, 굿즈를 산 지지자들이 오래 쓰면 쓸 수록 그 주변 사람들에게 저절로 홍보가 된다는 점.
  • 셋째, 굿즈는 소속감과 친밀감을 높여주는 방식으로서 지지자 이탈율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는 점.
  • (다만, 더불어민주당 굿즈는 한정판매 이후 지속적인 판매는 안 하는 듯싶다)



손혜원 전략 3: 좋은 컨텐츠 제공으로 자기 홍보

위 영상은 최순실 청문회로 유명해진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이사가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는 형식의 팟캐스트다. 현 우리나라의 경제 문제나 사회 부조리 등이 왜 발생하는지 명쾌한 해설로 들려주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간중간 손혜원 의원이 ‘민주당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식의 PR을 한다는 점이다.


만약 무당층 시청자가 저 팟캐스트를 봤을 경우, ‘정보의 이득’이라는 간접적인 도움을 얻었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로서의 전환율을 높일 수 있다. 참고로 저 팟캐스트는 총 1,600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니,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둔 셈이 되었다. (그리고 저 팟캐스트를 내용을 총 정리한 책이 최근 나왔다! 구매하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국민의당과 브랜드 호텔

민주당에 손혜원 의원이 있다면, 국민의당에는 ‘브랜드 호텔’ 김수민 의원이 있다. (‘브랜드 호텔’은 진짜 호텔 이름은 아니고, 손혜원 의원의 크로스포인트처럼 브랜딩 회사 이름이다) 일단 브랜드 호텔의 대표적인 업적은 ‘허니버터칩’이 있다. 해태제과에서 의뢰를 받아 허니버터칩의 네이밍과 포장 디자인을 맡았는데, 그 후엔 모두가 알다시피 초대박을 터트렸다.



국민의당 로고(PI) 제작 역시 브랜드 호텔이 맡았다. 로고를 보면 알겠지만, 사람인(人) 자를 형상화했고, 기호 3번이라는 중의적인 의미까지 함께 담고있다. 현 5개의 정당 중 가장 직관적인 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당의 작은 반격

사실 마케팅 부분에 있어서 더불어민주당이 나머지 4개의 정당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해서, 글 제목에 ‘vs 국민의당’을 붙여놓기도 민망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 포스터 부분 만큼은 국민의당이 머리를 좀 썼다.


만약 안철수가 다른 후보들처럼 얼굴만 나오는 포스터를 썼더라면, 당연히 1245번의 사이에 끼어서 가장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저런 과감한 포스터 방식으로 마치 3번이 ‘센터 자리’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아마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가장 눈에 띄는 3번이지 않을까 싶은데, 언론들 역시 난생처음 보는 선거 포스터 방식 때문에 연일 떠들어주니 이슈를 선점했다는 점도 나쁘지 않은 파장이다. (다만, 글자가 파바밧! 하고 튀어나오는 TV 광고는 너무 지나쳤다. 때론, 정석적인 방법으로 나가야 할 때가 있는 법인데,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감이 너무 작용했다)



리네이밍의 중요성 : 문재인 1번가, 문재인 펀드

공약집을 비교하며 투표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일단 ‘공약집’이란 말 자체가 불러일으키는 지루함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문캠프의 ‘문재인 1번가’ 전략은 꽤나 훌륭했다. 지루한 공약집을 마치 ‘상품’처럼 꾸며놔서 사람들이 인터넷 쇼핑하듯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둘러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원하는 공약이 있으면 ‘즉시구매’ 버튼을 눌러 SNS에 자동으로 글이 등록되도록 유도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젊은 층에게 어필하기 아주 좋은 방식이었다.



문재인 펀드도 마찬가지다. 사실 ‘펀드’라기보다는 후원금 성격의 모집인데, 이름을 ‘펀드’라고 지으면서 대중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문재인 펀드는 한 시간 만에 무려 330억을 모금했다)




문재인 공약집 → 문재인 1번가

문재인 후원 → 문재인 펀드


일종의 리네이밍 효과다. 일례로 유니클로의 히트텍을 생각해보면 쉽다. 만약 유니클로가 히트텍이라는 이름 대신 ‘내복’이라는 이름으로 팔았더라면, 출시 첫해에 2,800만 장을 판매하는 인기를 누리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내복=촌스럽다’는 이미지를 간파한 유니클로는 기존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이름과 그럴듯한 스토리로 내복을 입기 꺼려하는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히트텍의 성능은 여타 다른 내복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마치며…

요즘 민주당을 보고있자면 2008년 미국 민주당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는 인터넷과 SNS를 적극 활용한 캠페인 덕분에 공화당 맥케인 후보를 이길 수 있었다는 평이 많았다. 오바마 캠프는 소셜 미디어 전담팀을 만들어 선거 운동을 했었고, 공식 사이트인 마이버락오바마닷컴(mybarackobama.com) 역시 지금의 문재인 1번가의 원조격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버락 오바마처럼 인터넷을 잘 활용한 공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정당들, 지지율 떨어진다 싶으면 이름 바꾸는 짓 좀 그만 봤으면 싶다. 이름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이젠 뭐가 뭐였는지 헷갈릴 정도다. (사실 그걸 노린 거지만) 이제 더불어민주당이든, 자유한국당이든, 국민의당이든 미국이나 영국처럼 100년 200년 가는 정통성이 유지되면 좋겠다. 그리고 지역과 진영을 넘어서 진짜 정책대결로 승부하는 선거를 보고싶다. (다만, 바른정당만큼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당명을 바꾸는 게 좋을 듯싶다. 애초에 당 이름에 정체성이 하나도 담기질 않은 데다가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치에 불신을 갖고있는 상태에서 이름을 ‘바른정당’이라고 지으면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오히려 ‘가짜 이미지를 내세우는 당’ 같은 반작용만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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